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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Mechanical) 시계와 무브먼트 이야기

rhyshan

"No, it's an OMEGA."



 시계의 심장인 무브먼트(Movement)는 시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내부장치로, 자동차의 엔진에 비유할 수 있다. 오늘날의 시계는 무브먼트의 동력원에 따라, 물리적인 힘을 동력원으로 하는 기계식(Mechanical) 시계와 전지의 힘을 동력원으로 하는 전자시계(Quartz)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다시 기계식 시계는 태엽을 손으로 감아 동력을 축적하는 수동(Manual, Hand Winding)과 로터의 회전으로 동력을 축적하는 자동(Automatic, Self Winding)으로 나눌 수 있다.



 둘을 비교하면, 기계식 시계보다 쿼츠가 훨씬 정확하다. 쿼츠보다 정확한 기계식 시계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배터리 없이 가니까 배터리 값도 안들겠네'라고도 하지만 기계식 시계는 3~5년에 한번 오버홀(Overhaul, 분해소제)이란 유지보수 작업을 해주어야 하며 비용은 시계 가격의 약 10% 정도가 들기에, 유지비용도 만만치 않다. 충격에 약하며 손도 많이 간다. 2만원짜리 쿼츠시계가 그 어떤 초고가의 기계식 시계보다 시계 본연의 기능에는 더욱 충실한 셈이다.




Philippe Dufour, Simplicity




그럼에도 왜 굳이 불편한 기계식 시계를 선택하는 걸까?



 기계식 시계는 쿼츠와는 달리 애정을 주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용두를 돌리거나 시계를 차 태엽을 감아주어야 한다. 충격과 자성에 약하므로 관심을 주어야 하고, 3~5년에 한번씩 분해소제를 해주어야 한다.


 내 몸을 동력원으로 삼으므로, 몇 달 동안 서랍에 박아두어도 완벽한 시간을 보여주는 쿼츠와는 다르게 기계식 시계는 나와 함께 있어야만 움직이며 만약 몇 달동안 방치하면 성능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다보니 시계가 심장이 있는 '생명체'로 보일 수밖에. 귀를 갖다대면 들리는 청아한 째깍째깍 소리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초침도 빼놓을 수 없다. 직접 용두를 감아 밥을 주는 수동시계의 경우, 정말 생명을 불어넣는 기분이라고. 이런 것들이 초침이 뚝뚝 끊기며 진행하는 쿼츠시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들이다. 시계와 함께하고 시계를 이해해 나가며 불편함이 애정으로 바뀌기에, 불편함을 감수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이런 아날로그적 감성을 운운하기보다, 간단히 '기계식에 예쁜 시계가 훨씬 많으니까!'란 말로 일축할 수도 있다. 무브먼트 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더욱 아름다운 시계가 기계식 시계에 훨씬 많지 않은가.


 여성에게 있어 명품이 백이라면, 남성에게는 시계라고들 한다. 이런 관점에서 명품의 필수요건인 독창성(Originality)와 배타성(Exclusiveness)를 확보하는 데에 내적 아름다움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쿼츠 무브먼트는 어려움이 있다.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ref.5120)



  

무려 30년전 무브먼트인 파텍 필립 cal.240과 홍독-홍콩독수리로 불리는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무브먼트 비교



 시간을 손쉽게 알 수 있는 이 시대에, 시계는 시간에 있어 더 이상 예전만큼의 필요성과 위치를 갖지 못하고 있고(항상 함께하는 스마트폰이 기지국에서 정확한 시간을 받아오고 있지 않은가?), 1969년 세이코의 쿼츠혁명으로 스위스의 기계식 시계시장은 존폐위기를 맞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시계가 필수품, 핸드폰이 사치품이던 시대에서 스마트폰이 필수품, 시계가 사치품으로 뒤바뀐 시대로 넘어오며 기계식 시계시장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가리, D&G, 엠포리오 알마니와 같은 패션브랜드의 시계들과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랑에 운트 죄네와 같은 하이엔드 워치브랜드가 주는 가치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이런 극단적인 비교에서도, 시계가 궁극적으로 해내야 할 일인 현재의 시간을 알려주는 일에서는 차이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그들의 시계에 열광하는가? 그것은 최종 결과물은 같으나,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숙련된 장인이 만드는 무브먼트에는 수백 개의 부품이 들어가며 그 부품들을 깎아 창조적으로 배치하고 아름답게 피니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손목 위에 올라갈 만큼의 좁은 공간 안에서 예술적 감각과 공학적 지식이 어우러지는 것이다. 높은 기술과 비용이 필요한 창조적 작업이기에 각 브랜드의 시간을 구현하는 방식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작업이 된다. 그렇게 클래식이라는 기본에 충실하고 자신만의 기술과 열정을 녹여낸 장인의 예술품에 우리는,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무브를 들여와 자기 시계에 얹었다 한들 시계에 있어 패션브랜드는 속 빈 강정이 되며, 속 빈 깡통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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